2021년 12월29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발전소 돔은 한울 1, 2호기다. 울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문재인 정부의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탈원전’ 계획을 폐기한 윤석열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이어, 신규 원전 건설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속도를 늦추면서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의 맨 앞에 원전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과 동떨어진 방향인데다, 세계 최고 원전 밀집도에 따른 부지 선정의 어려움,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문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나서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 열린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수요 증가에 대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수소 등 새로운 공급 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은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최대한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올해 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을 내놓았으므로 2년 뒤인 2025년에 차기 계획을 내놓는 게 통상 일정인데, 이번에는 당장 11차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전 정부가 설정한 30.2%에서 21.6%로 하향 수정했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원전 확대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원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옹호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취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미래산업인 신재생에너지 기술에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규제 움직임에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10기 이상 원전을 운영 중인 11개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다. 500만명이 원전에서 30㎞ 이내에 살고 있다. 활성단층이 있는 울진·경주·울산에 원전이 대거 모여 있는 상황에서 원전을 더 짓자면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도 영광 한빛원전은 2030년, 울진 한울원전은 2031년, 고리 원전은 2032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른다. 당장은 원전의 발전단가가 싸다는 점만을 앞세웠다가 훗날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