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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법 못 내놓고 간호법 ‘거부권’ 건의한 당정, 무책임하다

등록 2023-05-14 18:03수정 2023-05-15 02:40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여당이 14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정부·여당이 갈등의 중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이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입법독주법’으로 규정했다. 또 간호법이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며 “간호법이 공포될 경우 정부가 민생 현장에서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간호법 논란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그동안의 사회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다.

간호법에는 간호사 업무 범위와 적정 노동시간, 처우 개선을 요구할 권리 등이 담겨 있다. 쟁점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제1조) 규정한 부분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 개원하는 길을 여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간호사들은 고령화 등 의료환경이 달라진 만큼 간호사의 역할을 의료기관 밖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간호사 단독 개원은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동안 당정이 내놓은 중재안에는 일관되게 ‘지역사회’가 제외돼 의사협회 쪽의 의견만 반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쪽이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에서 일방의 이해만 대변하는 것을 중재라고 부르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간호법 논의 과정부터 최근까지 ‘껍데기 중재안’을 내놓고, 정부가 직접 나서 ‘간호법 우려’를 노골적으로 제기하며 사태를 악화시켜왔다. 그래놓고 ‘국민 건강’ 운운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간호법 제정안은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두번째 거부권 행사로 ‘파국’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정부 수반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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