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윤운식 선임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8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이 2일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의 진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도 한국의 여론을 외면하고 과거사 문제에 ‘침묵’할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방문은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완전히 복원된다는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차가웠던 한-일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도로 진전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기초인 과거사에 대한 원칙을 무시하고, 일본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선언했고, 3월6일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배상하고 일본에는 ‘면죄부’를 주는 정부안(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곧바로 일본을 방문했다.
애초 올여름께로 예상되던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앞당겨진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진전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초청을 받아, 한·미·일 정상회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선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3개국 정보 공유, 안보협력,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아시아의 핵심동맹인 한국·일본을 묶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미·일 3자 협력을 염두에 두고 한-일 관계가 개선되어왔지만, 한-일 화해의 기반은 단단하지 않다. 한국이 강제동원 문제에 ‘면죄부’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는 역대 담화를 계승한다고 간단히 언급했을 뿐,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워싱턴 포스트> 인터뷰)며 이해할 수 없는 역사관으로 한-일 외교를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일 관계의 의미 있는 발전을 위해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여론을 향해, 기시다 총리가 응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