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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울어진 법치주의, ‘노조 때리기’ 멈춰야 한다

등록 2023-05-01 18:17수정 2023-05-02 02:39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한 1일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건설노조원들이 검찰과 정부를 규탄하는 긴급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한 1일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건설노조원들이 검찰과 정부를 규탄하는 긴급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건설 노동자 양아무개씨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무리한 검찰 조사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앞서 검찰은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건설사에 노동조합 전임비를 요구한 혐의(공동공갈)로 양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양씨는 유서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는데, 공갈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노사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맺은 내용들이 수사당국에 의해 전부 불법행위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세계 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날 들려온 건설 노동자의 절규는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노조 때리기’가 부른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 현장의 노조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강력한 단속을 지시한 바 있다. ‘임기 내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전임비 및 월례비를 받아갈 경우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시 이후 현재까지 15명이 구속되고 950여명에 대해 소환조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불법 행위로 몰아간 내용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일감이 불규칙하게 제공되는 건설 현장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하청업체가 인력과 공사기간을 줄여 수익을 내려고, 노동자들에게 ‘월례비’를 쥐여주며 불법 작업을 요구해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건설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숱한 불법 행위는 그대로 둔 채, 노조만 콕 집어 ‘비리집단’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노동계는 건설 현장의 고질적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었다면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단 건설노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부·여당은 걸핏하면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선택적 법 적용에 따른 ‘노조 옥죄기’로 보인다. 반면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기업에 기울어진 정부의 노사관을 그대로 보여준 바 있다. 노동절인 이날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세습을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득권 노조가 문제라고 연일 외치지만, 정작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고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 존중’ 없이 법치를 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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