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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잇따른 전세사기 피해자 참변, 적극적 대책 나서야

등록 2023-04-17 18:43수정 2023-04-18 02:39

17일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7일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들은 ‘건축왕’이라 불리는 60대 건축업자 일당에 전세보증금을 떼인 이들로 모두 20~30대였다. 꿈 많은 청춘들이 악덕업자의 탐욕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날 숨진 30대 여성은 전세보증금 9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여성을 포함해 ‘건축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건축왕’이 전세보증금을 받고도 집을 지을 때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탓에 보증금을 거의 다 날리게 됐다고 한다. 소액 보증금은 최우선 변제 대상이라도 되지만, 계약 갱신 때 올려줘서 한도를 넘기는 바람에 최우선 변제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이들은 수도요금조차 못 낼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지난 14일 세상을 등진 20대 남성이 수술을 앞둔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했다는, “엄마, 2만원만…”이라는 말이 그 고통을 대변한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정부는 지난달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과 긴급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역부족이었다. 대출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긴급주거 주택이 피해자들의 실거주 요건과 동떨어진 탓이다. 전세사기는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들의 불법 행위를 감독하지 못했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도 은행들의 전세대출 리스크 관리와 대출 브로커 적발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정부의 무능함이 만든 ‘사회적 타살’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비롯한 공공주택사업기관이 피해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들에게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더 이상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다중채무 취약차주 10명 중 4명이 30대 이하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뿐 아니라 고금리 취약계층도 20~30대인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 만기 연장, 주거안정 지원금 등 청년 취약층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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