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관석 의원실 앞에서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전대) 때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혐의를 잡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당원들에게 전달된 현금만 9000만원 이상으로 적시돼 있다고 한다. 당시 여당에서 검은돈을 동원한 불법 매표가 자행됐다는 의혹이라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일 사실로 밝혀진다면,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비롯한 전대 전반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호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수사가 초입 단계임에도 일부 드러난 혐의는 간단치 않다. “송 대표 선거운동을 도왔던” 윤 의원과 이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 등 9명이 전대를 앞둔 3~4월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마련한 돈 9400만원을 받아 현역 민주당 의원과 지역 상황실장,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등 수십명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사건 요지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현역 의원만 10명이 넘고, 검찰이 이들까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이어질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이라면 당대표 경선에서 금품·향응 등 일체의 매수 행위를 금지한 정당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 등의 관련 진술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다량의 녹음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지난 13일 <제이티비시>(JTBC)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관석이 형(윤 의원)이 꼭 돈을 달라고 하면 돈 1000만원 주고”,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는 강씨와 이씨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도 있다. 윤 의원은 자신의 말을 ‘짜깁기’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그 해명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이처럼 당사자들은 무작정 부인하거나 검찰의 수사 의도를 의심하는 발언만 내놓고 있다. 윤 의원은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송 전 대표는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영장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반박하는 해명이 빠져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사건은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는 한층 더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22대 총선이 1년 안쪽으로 다가온 시점에 제1야당 수사를 오래 끌면 의도를 의심받게 돼 있다. 또 과거 몇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검찰이 피의사실을 파편적으로 흘리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듯한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 수사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직 증거와 법리로 말하는 수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