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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 고체연료 ICBM 발사, 차원 달라진 위기

등록 2023-04-13 18:18수정 2023-04-14 02:40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지도에서 한국의 수도권을 손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11일 북한 관영 매체들이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지도에서 한국의 수도권을 손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11일 북한 관영 매체들이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3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를 사용한 발사는 탐지와 대응이 어려워 정부가 강조해온 ‘3축 체계’가 무력화될 위험이 커졌다.

북한이 이날 오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분석한 군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에 처음 성공했다고 밝혔고, 지난 2월 열병식에서는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이번에 이를 처음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고체연료는 건전지를 끼우듯 신속하고 은밀하게 연료를 탑재한 뒤 발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 사전 징후 포착과 선제 타격(킬체인) 등을 포함하는 3축 체계를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삼고 있는데,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3축 체계로 대응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 중 하나인데, 북한은 이와 함께 극초음속 무기,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등 당시 설정한 목표를 급속도로 진척시키면서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미 아홉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이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진 엄중한 현실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11주년과 태양절(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등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한-미 연합연습,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에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7일부터 남북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본격적 도발에 나서려는 신호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회의에서 한국 지도를 펼쳐 수도권 근처를 가리키는 모습도 공개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동아시아에서 강 대 강 군비 경쟁과 위태로운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극히 유감스럽다. 달라진 국제 정세는 한국에 더욱 무거운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결에 공조하던 시대는 가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한-미 군사훈련의 부정적 영향”을 비판하며 북한 핵을 두둔하고 있다. 정부는 안보 태세 강화와 함께, 달라진 국제 정세 속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어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사회와 정치권도 안보 문제의 엄중함 앞에서는 분열 대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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