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8시14분 김포도시철도 사우역에서 풍무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고병찬 기자
지난 11일 아침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와 30대 여성 2명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혼잡한 전동차에 타고 있다가 내린 뒤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고 출동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세계적 대도시인 서울에서 이런 후진적인 일이 벌어진 게 이해하기 힘들다.
김포도시철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승객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혼잡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한 여성 승객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포도시철도 운영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전동차 정원 172명의 두배가 넘는 370명까지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도시철도 운영사 누리집 게시판에는 개통 직후인 201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승객이 너무 몰려 압사 사고 위험이 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배차 간격을 지난 2월부터 3~4분에서 3분7초로 앞당겼다고 하지만, 조처가 워낙 미미해 체감도 잘 안될뿐더러 이번 사고에서 보듯 혼잡도는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 내년 9월부터 열차 6대를 추가 도입해 배차 간격을 2분30초까지 줄이겠다고 하지만, 승객 수요를 고려하면 역부족이라고 김포도시철도 관계자도 자인할 정도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수도권 전철의 혼잡 관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얼마 안 지나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
근본 원인은 김포 한강신도시 등 인근 주택 건설 사업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났으나 이를 감당할 교통망이 사전에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김포-서울 연결 도로망도 고질적 교통 정체를 겪는 상황에서 2량짜리 김포도시철도 전동차로는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는 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개발 사업에만 급급할 뿐 교통 대책은 뒷전으로 미룬 탓이다. 김포도시철도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울 지하철 4·7·9호선도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는 평균 혼잡도가 150%를 넘는다고 한다.
최근 잇따르는 승객 실신 사고는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를 통해 압사 사고의 끔찍함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국토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