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조수진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특별위원회인 ‘민생119’ 위원장 조수진 최고위원이 5일 쌀값 폭락 대책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포퓰리즘’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튿날 여당 지도부가 내놓은 검토안이 ‘밥 더 먹기’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농민 보호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민생특위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나”라며 되레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농민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시대착오적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제안으로 스스로 희화화한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는 등 논란이 커지자, 조 위원은 “아이디어 차원인데, 진의를 왜곡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양곡법 거부권 다음날 여당 민생특위 위원장이 아이디어랍시고 소개한 것이 밥 더 먹기 운동이라니 허탈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야당을 향해 ‘입법 독주’라며 양곡법을 반대해왔는데, 여당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한숨부터 인다.
여당 지도부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이외에도 적지 않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윤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방어하던 중 “4·3 기념일은 (국경일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말해 ‘4·3 폄하’ 논란을 빚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으로 이미 입길에 오른 그가 윤 대통령을 감싸려다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태영호 최고위원 역시 전당대회 기간 중 “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라 했고, 이후에도 사과할 뜻이 없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은 실수로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노골적 당무 개입과 ‘당심 100%’ 룰 덕에 선출되어, 정책 대안 제시보다 대통령 감싸기와 반대 세력 비판에만 골몰하는 집권당 상황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윤심’과 지지층만 바라보니, 겉으로만 ‘민생’을 말할 뿐 깊은 고민이 결여된 탓에 늘 발언이 가볍고 즉흥적이다. 당 차원의 징계가 이뤄져야 할 사안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한달 셀프 자숙’이 고작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여당의 역할은 ‘대통령 호위무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책 대안을 내놓고 통합에 앞장서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