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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400억 약정’ 빠지고, ‘정치수사’ 논란 남긴 이재명 기소

등록 2023-03-22 18:32수정 2023-03-23 02: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10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10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이 22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4800억원대의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20대 대선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에게 막대한 이득을 몰아주는 대가로 숨은 지분(428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 대표의 배임 동기와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이 공백으로 남은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막대한 수사 인력을 투입해 역대 가장 박빙의 대선을 치렀던 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을 두고 정치적 시비가 끊이질 않았는데, ‘400억원 약정’이 빠지면서 이번 수사 결과로 정치적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400억원 약정’ 혐의가 빠진 것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껏 ‘검찰발’로 이에 대한 불확실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 기소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혐의가 쏙 빠진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배임 혐의는 동기와 고의성 입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400억원 약정 혐의가 주목받았다. 이 혐의가 빠지면서 이 대표의 배임 동기를 설명할 중요 요소인 ‘경제적 이익’이 사라진 셈이다. 검찰 논리로만 보자면, 결과적으로 개인적 경제 이득이 없는데도 민간업자에게 거액을 몰아주는 정치적 위험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감수했다는 모순이 남게 된다. 이 대표 구속영장에서도 이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던 검찰은 이후 한달여 동안에도 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물증도 없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시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김만배 일당에겐 7천억원대의 이득을 얻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주장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빼도록 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 쪽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민간업자의 이익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5500억원을 공익 환수한 성과였다고 반박한다. 양쪽 주장은 이제 재판에서 시비가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는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도 “재판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만배의 법조계 비호세력으로 알려진 ‘50억 클럽’ 수사에 대해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대장동 일당의 검찰, 법원 관련 민원을 해결해준 것으로 등장한다. ‘정치 수사’, ‘검찰 감싸기 수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검찰이 50억 클럽 수사에서마저 지지부진하다면, 대장동 수사에 대한 정당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검찰이 정치적 시비를 벗어나려면 수사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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