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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과 안한 일본에 ‘구상권 청구 없다’ 약속한 윤 대통령

등록 2023-03-16 20:57수정 2023-03-17 02:40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배상금을 주는 정부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번 방일에서, 일본의 강제동원 사과는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을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악화를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 탓으로 돌리며,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면죄부’를 남발했다. 한국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준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구상권 행사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이날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발전적 계승”을 이야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선언에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겼다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 보기는 했는가.

양국 정상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는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조금 전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며 “북한 핵·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는데, 두 정상은 이를 거듭 규탄하고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이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내놓기 전부터 한미·한미일은 군사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서 한일 군사협력이 급진전 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일본이 이날 상응조처처럼 내놓은 조처들은 모호한 부분이 많다. 일본 정부가 2019년 취했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이날 풀기는 했지만, 완전한 원상복구가 아닌 절차 완화로 보아야 한다. 아직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백색국가 목록)에 다시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벌써 취하한 것은 너무 성급한 양보를 한 것이다. 한·일 양대 경제단체는 이날 각각 10억원씩 내어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는데,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자발적 기부조차 거부한 상황을 가리기 위해 급조된 조치임이 역력하다.

두 정상은 이날 12년 만에 한-일 ‘셔틀 외교’를 복원하기로 했다며, 양국 관계의 “새 출발”을 강조했다. 그 출발선에서 일본은 과거사 사과 책임에서 벗어났고, 지소미아 복원 등 구체적 성과를 확보했다. 일본의 외교적 압승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 국익과 윈윈”이라고 단언했다. 이 말에 동의할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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