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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강제동원 ‘봉합’ 뒤 방미 윤 대통령, 일방적 외교 우려

등록 2023-03-08 18:17수정 2023-03-09 09:45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26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26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해법 정부안’으로 한-일 관계를 서둘러 봉합한 뒤, 곧바로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26일 미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연다고 대통령실과 백악관이 8일 발표했다. 한-미 동맹 70주년과 맞물린, 한국 대통령의 12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에서 일본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해법’을 졸속으로 발표한 데 이어 한-미, 한·미·일 전방위 협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Quad) 실무그룹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 의제를 설명하면서 “쿼드 실무그룹 참여는 적극적으로 가속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한·일 정부에 핵 억지력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한·미·일 군사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윤 대통령의 행보를 철저히 미-중 패권 경쟁의 틀 속에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강제동원 정부안을 발표한 직후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각각 환영 성명을 냈고,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이 쿼드까지 동참한다면, 중국은 더욱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미, 한·미·일 밀착외교가 경제안보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카드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면서 자국 이익에 근거한 조항들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미국 제조업 부활에 이용당하고,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과 시장은 포기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미국은 여전히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

한-미 동맹을 통해 안보, 경제, 공급망 재편과 미래 산업 등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철저히 자국 우선주의로 움직이는 미국의 의도와 움직임을 제대로 읽고, 핵심 의제에서 원칙과 구체적 결실을 만들어내도록 신중히 협상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는 한-일, 한·미·일 밀착외교 노선으로 질주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성급함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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