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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활성단층 위에 들어선 원전, 내진 보강 시급하다

등록 2023-03-02 19:06수정 2023-03-03 02:37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울산의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가까이에 활성단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정부 차원의 단층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신생대 제4기에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돼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이 지역에는 이미 원전 14기가 들어서 있고, 현재 2기가 건설 중이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한 시설 보강이 시급하다.

<한겨레>가 2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리·월성원전 인근에 ‘설계고려단층’이 5개가 있다는 설명자료를 제출했다. 원전 반경 32㎞ 안에 길이 1.6㎞ 이상의 활성단층이 있을 경우 이를 설계고려단층으로 분류한다.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원전을 설계할 때 고려하라는 취지다.

설계고려단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연구용역을 통해 밝혀졌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을 계기로 2017년부터 무려 5년간 이뤄진 연구 결과다. 연구자들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한반도 동남권(경남·경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분절은 활성단층의 일부 구간을 말하는데, 이 14개 활성단층 분절 가운데 5개가 설계고려단층으로 확인됐다. 원전 주변 활성단층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고 한다. 존재가 확인된 바 없으니 지금까지 원전 설계 때 고려가 됐을 리 만무하다.

지진은 원전에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해로 꼽힌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이 충분한 내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고리·월성의 원전 16기 가운데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6.5 이상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신고리 3~6호기 4기뿐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수명 연장이 이뤄질 노후 원전 10기 중 절반 이상이 고리·월성에 있다. 차제에 내진 설비가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원전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하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의 ‘원전 속도전’에 공직 사회와 관련 업계에 원전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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