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모습.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정 변호사가 낙마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안인데도 검증 과정에서 인지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실한 검증 시스템과 더불어 현 정부의 ‘검찰 식구 챙기기’ 분위기가 이번 인사에도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과 관련해 대법원까지 소송전을 벌이는 등 사실상 2차 가해의 장본인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나야 했다. 그럼에도 인사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실은 ‘검증의 한계’만 되풀이하고 있다. 후보자 자신이 아닌 자녀 관련 사안을 조사하는 데 법적 한계가 있어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또 정 변호사가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에 포함된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소송 여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댔다. 대통령실은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자녀 사건에 대한 정 변호사의 대응은 2018년 언론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보도에 ‘고위직 검사’로 표현됐고, 검찰에선 정순신 당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당사자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졌다고 한다. 정 변호사에 대한 주변의 평판만 제대로 파악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굉장히 알기 어렵고,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걸러지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경찰에 책임을 떠넘긴 셈인데, 고위공무원 인사검증 최종 책임을 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조직의 수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시원 비서관으로, 모두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최측근 인사다. 한 장관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검증 및 임명 과정에 ‘검찰 온정주의’가 작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 부실검증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출범 초 김인철·정호영·김승희·송옥렬 등 장관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등 ‘인사참사’가 되풀이되는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할 대통령실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왔다. 이참에 인사검증 시스템의 오작동 요인을 점검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 독식 인사라인 개편이 그 출발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