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국회 비례의원 50명 증원안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 의견을 제출한 사실이 23일 알려졌다. 전체 세 가지 방안 중 두 안에 현행 300명인 의원을 3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의원정수 증원, 비례 확대’는 정치권과 정치학계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온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다. 하지만, 부정적 국민여론을 의식해 아무도 선뜻 제기하지 못했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국회를 대표하는 김 의장이 일단 공론화에 앞장서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국회의장실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통해 제출된 개선 방안 중 1, 2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각각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것이다. 두 안 모두 현행 253개 지역구는 유지하고, 비례의석을 97개로 늘리게 된다. 제3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섞어 의석수는 300명으로 제한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 비중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김 의장의 이번 제안은 선거제 변화를 통해 정치개혁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 보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둔 채 비례를 늘리고 지역구를 축소하려면 각 정당과 이해 당사자를 둘러싼 극심한 진통과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갈등지수가 낮은 의원 정원 자체를 늘리는 편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늘어나는 의원 수를 온전히 비례로 채운다면 바람직한 정치 개혁의 방향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국민여론이 녹록지 않다.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 1월 외부에 맡겨 1200명을 조사한 결과,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는 29.1%, 반대한 사람은 57.7%를 기록했다. 지난 몇년간 나온 조사 결과를 봐도 부정 여론이 70% 안팎으로 늘 높았다. 국회의 ‘자업자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회 상임위 계류 법안이 1만3천개를 넘었다고 한다. 입법 생산성을 높인다고 지난 2021년 국회 스스로 만든 ‘일하는 국회법’조차 여야 정쟁을 이유로 잘 지키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면 공론장을 통한 국민 설득은 필수다. 일하는 모습도, 높은 세비도, 온갖 특권도 그대로 둔 채 숫자만 늘려 달라고 해서는 선뜻 동의해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전적으로 국회가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