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22일 밤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긴급 출국금지가 이뤄진 시간대별 상황. <한겨레> 자료
지난 2019년 3월 ‘별장 성접대’와 뇌물 혐의로 재수사를 앞두고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심야 출국을 막았다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기소됐던 검사와 법무부 간부, 청와대 비서관 등이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끝난 뒤 검찰이 뒤늦게 출국금지 과정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여겼던 사건이다. 이번 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15일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시킨 게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던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 역시 직권남용은 무죄를 선고하고, 출국금지 요청서를 허락 없이 상급자 명의로 작성한 혐의 등에 대해서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가 요건을 일부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이보다 요건이 느슨한 일반 출국금지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출국금지가 가능한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출국금지 방식을 선택하지 못한 것일 뿐 무고한 일반인의 출국을 막은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검사가 절차적 흠결을 남긴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였다고 할 것이다. 검찰 과거사를 단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법원은 이날 이 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국내 최대 규모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사상 처음으로 기소한 사건인데 무죄 판결이 나왔다. 신중한 수사와 기소를 하고 있는지 검찰이 뼈아프게 돌아볼 일이다.
수사기관은 객관적 시각으로 범죄 여부를 판단하고 그 중대성에 비례해 수사를 벌여야 한다. 과도한 수사는 숨겨진 의도에 대한 의심을 낳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해치게 된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