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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정은 딸 중심에 세우고 핵·ICBM 과시한 북한

등록 2023-02-09 18:03수정 2023-06-25 16:01

8일 밤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8일 밤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8일 밤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를 비롯해 고도화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에도 딸 김주애와 함께 등장했는데, 김주애의 ‘존재감’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야간 열병식에는 전술미사일, 장거리순항미사일 등 전술핵 운용 부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가 등장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긴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10기 이상 공개해, 이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북 전술핵 운용 부대는 ‘김정은의 지도’ 아래 한국 주요 군사시설, 항구, 비행장 등을 타격하는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또 감시와 요격이 어려운 고체연료 탑재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등장했다. 제재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대거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다.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다. <노동신문>은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칭했고, 당과 군의 핵심 인사들보다 김주애를 더 높은 ‘위상’으로 보이도록 묘사했다. 지난해 11월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김정은의 손을 잡고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는 이번까지 다섯번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후계자의 등장이라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2013년생으로 추정되는 나이를 고려할 때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주애를 ‘백두혈통과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내세워 핵·미사일로 김정은 일가와 북한의 후대 세대를 지킨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연출로도 보인다.

열병식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담은 연설은 없었다. 북한은 당분간 한국·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부인하지만, 러시아 군사집단인 바그너(와그너)그룹에 북한이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정황도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특히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당면한 농사 문제’로 두달 만에 또 소집된다. 개성 등에서 아사자가 나온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과 북·중·러 밀착에만 기대려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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