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해법을 모색할 고용노동부의 ‘상생임금위원회’가 2일 발족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줄곧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기득권 노조’ 탓으로 돌리는 등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온 터여서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구조다. 장관이 직접 챙겨야 할 만큼 시급한 과제로 여긴다는 뜻일 게다. 위원회는 이날 발족식에서 원·하청 간 임금 격차 실태조사, 원·하청 상생모델 개발 등의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격차 실태는 이미 충분히 드러나 있다.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도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올바른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런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온 윤석열 대통령이 거듭 언급하면서 오히려 ‘오염’된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노조 혐오와 ‘노-노 갈라치기’를 위한 불쏘시개로 이 말을 오용해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노-노 간 착취 구조’로 바꿔치기하는 화법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위원회의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날 발족식에서 이재열 공동위원장은 “이중구조의 주된 원인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하청·비정규직에 대한 상생 인식과 성과 공유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노조 탓’을 복명복창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산업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청 노동자 등 ‘노동 약자’ 착취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원청의 중소기업·하청 착취 구조에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절박하게 요구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연대의식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중구조의 원인을 노조 탓으로 돌리는 건 왜곡에 가깝다. 진정 상생을 원한다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금지 등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