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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관저 결정에 ‘천공’ 관여 의혹, 진상 밝혀야

등록 2023-02-02 18:11수정 2023-02-03 09:29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무속인 ‘천공’이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실명 증언이 나왔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남영신 당시 육참총장으로부터 ‘천공의 공관 방문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간부 출신의 실명 증언까지 나온 만큼 정확한 진상 규명이 더욱 필요해졌다.

부 전 대변인은 2일 <한겨레>에 “지난해 4월1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갔을 때 남영신 총장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꼭 알아야 한다’며 ‘얼마 전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국방부를 떠난 뒤 육군 관계자에게 김용현 경호처장이 함께 왔다는 등 더 구체적인 상황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해 12월에도 제기됐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지난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히자 대통령실은 ‘가짜 뉴스’라며 김 전 의원을 고발한 바 있다. 이번에도 대통령경호처는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으며,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힌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명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사실무근’이라는 해명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

천공은 대선 당시부터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천공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뵌 적이 있다”고 답했고, 토론회 뒤 유 후보에게 ‘천공의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공의 제자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천공의 강의가 케이티(KT) 인터넷텔레비전(IPTV) 채널에 편성됐다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대통령과 무속인이 사적 친분을 맺을 수는 있지만, 무속인이 이를 이용해 호가호위하거나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의혹은 관저 결정, 나아가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정 현안과 관련되기에 이제까지 나왔던 구설 수준의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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