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모습. 한국 제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은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13%를 차지한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도록 세차례나 요구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일절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줄이고 원전 비중을 그만큼 늘린 실무안을 거의 수정하지 않은 채 11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한 뒤 확정할 거라고 한다. 정부 내부의 반대마저 묵살해가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니, 만용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산업부는 지난해 8월30일 10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뒤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을 진행했으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환경부의 의견을 세번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에너지 안보, 신무역질서, ‘아르이(RE)100’(제품 생산 전과정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겠다는 선언) 참여 기업 증가 전망 등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순수한 생태환경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세계적 교역 질서 전환에 따른 우리의 산업 경쟁력 확보에 무게가 실렸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산업부가 해야 할 주장이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은 2005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43%에서 62%로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적용 대상은 늘리고 규모는 줄이기로 했다. 탄소배출권을 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또 2026년부터 철강 제품 등 7가지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법 말고 없다.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6.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10차 전기본은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21.6%)를 전임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30.2%)에서 8.6%포인트나 낮추면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23.9%에서 32.4%로 늘려놨다. 원전 산업을 위해 다른 산업들을 희생하려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구성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마저 지난달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탄녹위는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최상위 기구로, 오는 3월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꼬리(전기본)가 몸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