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 2022.11.1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검토” 언급을 계기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논의 물꼬가 트인 것은 다행이다. 다만 벌써부터 당의 유불리나 개별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여야가 정략적 계산을 넘어 정치개혁의 대의 위에서 선거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협력해 설계해달라는 것이 지금 국민의 바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대 여야는 기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경우 어떤 득실이 있느냐를 먼저 따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선 영남권 독식 구조가 무너지는 만큼 호남과 수도권 등에서 반대급부를 누릴 수 있느냐를 두고 회의론이 적지 않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영남권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심드렁한 반응이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여권의 의도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121석 중 17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이 동반 당선을 통한 격차 만회를 노려 중대선거구제를 들고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원 개인, 기껏해야 당 차원의 손익 계산을 최우선에 두고 선거제 개편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선거제 개편 논의가 정쟁 수준에서 맴돌다 또 용두사미로 끝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중요한 건 원칙과 방향성부터 뚜렷이 하는 일이다. 승자 독식과 양당의 과대 독점, 대결 정치로 귀결된 기존 선거제의 폐단을 바로잡고 표를 준 국민의 뜻이 최대한 반영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설 때 선거제 개혁은 소선거구제냐 중대선거구제냐는 협소한 선택의 틀을 벗어날 수 있다. 단지 선거구제 개편만으로는 양당 독점이 해소되기 힘들다는 건 30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한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로도 드러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을 보완하는 비례대표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참여연대)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조건 없이 원상태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 건 퇴행적이다. 지금은 비례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이렇게 가자면 선거제 개편이 정치권만의 논의에 그쳐선 안 되며, 시민사회와 학계 등의 민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여야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다가 선거제 개혁을 무위로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