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덕담과 격려의 말로 시작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내놓은 신년사는 서늘한 ‘법치주의’를 앞세운 일방적 ‘마이웨이’ 선언으로 시종일관했다. 3년간 팬데믹에 지치고 10·29 이태원 참사까지 겪은 국민에게 따스한 위로와 공감의 말조차 건네지 않는 대통령을 보며 아쉬움과 실망감이 앞선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기침체 전망과 함께 수출 지원, 신기술에 기반을 둔 성장 추진,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조했다. 큰 틀에서 국민의 걱정과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대부분 국회의 논의와 동의, 입법을 통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년사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어떻게’가 빠져 있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 ‘협치’를 요청하며 먼저 손을 내밀거나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이 들어 있지 않다.
대신 대통령은 ‘귀족노조’와 ‘기득권’의 문제를 반복 언급하며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노사 간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역할은 외면한 채, 노동을 적대시하고 문제는 공권력을 동원해 힘으로 풀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그는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강한 톤까지 썼는데, 강고한 정·재계 기득권 카르텔에 대해선 왜 한마디도 않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은 이날도 ‘자유’와 ‘연대’를 말했지만, 모호한 내용만큼이나 공허했다.
대통령은 카메라를 쳐다보며 신년사를 9분 동안 읽은 뒤 퇴장했다. 좁다란 브리핑룸 안에는 몇몇 수석비서관의 얼굴이 잠깐 비쳤을 뿐 언론의 질문도, 지켜보는 기자도 없었다. 들어야 할 ‘귀’는 닫아버린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낸 것이다. 신년 기자회견은 계획에 없고, 그 대신 특정 언론과 독점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윤 대통령을 따라다닌 대표적 비판이 ‘불통 대통령’이었다. 집권 2년차가 됐어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