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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철저히 관리하면 될 민간 보조금, 요란 떨 일인가

등록 2022-12-29 10:56수정 2022-12-29 11:01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8일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브리핑을 했다. 지난 7년 동안 민간단체에 지원한 국고보조금이 늘어난 현황과 몇가지 부적절한 사용 사례를 공개하고, 전면적인 감사 계획을 밝힌 게 전부다. 이만한 내용으로 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것부터가 이례적이고 의아해 보인다.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익 목적인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그 실태를 점검하기 바란다”고 지시하고 하루 만에 나왔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라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노조 때리기’에 이어 ‘진보적 시민단체 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나올 만하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제시한 문제 사업을 보면 통일 단체의 식대 이중 집행, 세월호 지원금으로 종북 내용의 세미나 개최, 반미·친러를 표방하는 단체의 ‘가족소통사업’ 보조금 수령 등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인출기’나 ‘다단계 피라미드’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진보적 시민단체들을 맹비난했던 일이 연상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의 보조금 수급 자격을 박탈해 박근혜 정부 때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이번 감사를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들의 돈줄을 죄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국고보조금 규모가 연평균 4천억원씩 늘어난 부분을 강조한 것도 부적절하다. 같은 기간 보조금 수급 대상도 크게 늘었다. 비영리 민간단체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이 들어 있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행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민·관협치를 중시하고 있다. 보조금 규모와 대상이 늘어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시대 흐름을 도외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고보조금 특별단속을 한 2019년 한해 동안 부정 수급으로 적발된 규모가 여느 해의 두배 정도 많았다고 한다. 관건은 철저한 사후 관리·감독이지, 요란을 떨어가며 시민단체들을 낙인 찍는 것이 아니다. 투명해야 하는 건 보조금 사용만이 아니다. 수급 대상 선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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