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신년 특별사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마치 국민 통합의 상징인 양 주장하지만, 대통령직을 이용해 뇌물을 받은 전직 대통령 사면은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만 자극할 것이다. 이참에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대통령실은 14일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에 입각해 국민 여론과 상식 등에 부합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사면의 기준이나 원칙, 대상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전 대통령이) 이십몇년 수감생활하는 게 안 맞지 않나”라며 긍정적으로 언급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은 윤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꾸준히 이 전 대통령 사면 군불을 때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자금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에서 소송비 89억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2020년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국민이 선출한 최고 헌법기관인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활용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는 판결 이후에도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직접 수사 지휘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들어 사면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형집행정지 등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엄정히 심사해 조처하면 될 일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 또는 가석방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야권에선 이 전 대통령 사면 ‘구색’을 맞추려 만기 출소가 몇개월 안 남은 김 전 지사를 이용한다며 반발한다. 사면권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은커녕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지만 합당한 명분과 책임이 뒤따르는 고도의 통치 행위이기도 하다. 자칫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에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오는 23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특사 건의 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해 그렇게 강조하는 ‘법과 원칙’ 잣대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