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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재인 케어’ 폐기, 목욕물 버리다 아기 버리는 일 없어야

등록 2022-12-14 18:39수정 2022-12-14 18:46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뼈대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나섬에 따라 정부가 건보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파탄 나고 있다고도 했다. 국민이 낸 보험료로 마련된 건보 재정이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출 효율화’만 강조하다가는 가뜩이나 취약한 건보 보장성을 더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적잖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가 100% 부담하던 3800여개 진료 항목에 단계적으로 건보를 적용하는 정책이다. 이에 힘입어 2017년 62.7%였던 건보 보장률(총 진료비 대비 건보 부담 비율)이 2020년 65.3%로 높아졌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과 아동·노인·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화됐다. 보장성 강화(보장률 상승)는 곧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재정 낭비’ ‘국민 부담’만을 강조하지만, 이는 보편적 의료 접근성 제고, 사회연대 강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한 ‘전 정권 정책 흠집 내기’에 가깝다.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보장률을 70%까지 올리는 것이었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비급여 항목에 건보를 적용하면 의료기관이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부족했던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건보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내놓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건보 기준 강화, 과다 의료 이용자 본인부담률 상향 등의 방안이 담겼다.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 적잖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출 조정’만 내세울 뿐, 건보 재정 확충을 통해 보장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 위기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건보 국고 지원’(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 의무 이행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한국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과 견줘 여전히 낮다. ‘재정 효율’을 이유로 보장성을 낮출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말한 ‘건보 정상화’가 국민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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