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월11일 오전 ASEAN 관련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여당 지도부에게 최근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뒤 국내 인사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취임 뒤 반년 사이 여당 지도부와는 다섯차례 회동하는 동안 소통의 또 한 축이어야 할 야당 지도부와는 단 한번도 만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협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을 계기로 야당 지도부와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온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까지 거론하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실제 행보는 180도 달랐다. 미국 순방 도중 나온 “이 ××” 욕설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듭된 ‘민생 회동’ 제안도 걷어찼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두고 ‘인간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전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지만 만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사감 때문에 꼭 필요한 야당과의 만남 자체를 회피하는 옹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놓고 지난 23일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 협조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여소야대 상황이다. 정부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 국정 현안을 풀기 위해서도 야당에 줄 건 주는 통 큰 자세로 정치를 복원하고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고분고분한 여당 지도부만 만나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전폭적 협력 의지를 밝히는 게 급선무다. 이미 민심의 심판이 끝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도 더 끌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여야 대치와 국정 난맥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