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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5조6천억원 삭감’ 공공임대주택 예산 원상복구해야

등록 2022-11-16 18:20수정 2022-11-17 00:36

지난 7일 오전 4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해 모인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7일 오전 4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해 모인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가 16일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6천여억원 삭감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원상복구하는 증액안을 의결했다. 주거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고려할 때 마땅한 결정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의 예산 증액은 정부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3개월 전 이런 내용을 발표했을 때부터 각계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는데, 여론을 계속 외면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 22조5281억원에서 16조8836억원으로, 무려 5조6445억원(25.1%) 줄여놨다. 최근 2년간 한시 도입된 공공전세사업 종료(1조9천억원) 등을 감액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윤 대통령의 공약인 청년원가주택 등 공공분양주택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린데다, 공공임대보다 민간임대 활성화에 역점을 둔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정책 기조가 우리나라 주거 취약계층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도시연구소 분석을 보면,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상·고시원)로 일컬어지는 ‘비정상 거처’만 해도 83만가구에 이른다.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공공임대 재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수의 8%로, 덴마크(21.4%), 영국(16.7%), 프랑스(14%) 등 유럽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청년층 공공분양주택이나 민간임대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다. 청년층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분양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어서고, 민간임대는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계층에게 배분하기보다는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공공임대보다 공공분양 중심의 정책을 편 결과,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가구가 2010년 13만가구에서 2015년 39만가구로 대폭 늘어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완전 해소’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정부 예산안은 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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