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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분열의 시대, ‘신뢰 회복’의 길 모색한 아시아미래포럼

등록 2022-11-10 18:18수정 2022-11-10 19:10

대니얼 지블랫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공적 신뢰와 민주주의: 어떻게 믿음을 회복할까’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니얼 지블랫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공적 신뢰와 민주주의: 어떻게 믿음을 회복할까’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금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온전히 무너져 내린 참담한 상황에 빠져 있다. 분열과 대립의 국제 질서, 기후 위기, 양극화, 포퓰리즘 등 지구촌이 겪는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신뢰의 붕괴가 그 원인이자 결과다. 국내적으로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다르고, 고위 공직자들이 사익을 취하며, 언론이 편향된 기사를 쏟아낸 결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더 참담한 것은 이를 회복할 희망이나 확신이 사람들 사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22 아시아미래포럼’은 이 어려운 과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지혜를 모으고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이었다.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라는 올해 주제 아래 세계적인 석학과 정치인·학자·활동가·언론인·기업인·청년 등이 모여 공적 신뢰를 비롯해 디지털 시대의 신뢰, 저널리즘의 신뢰, 기업의 신뢰 등 ‘신뢰’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고 토론했다.

미국 민주주의 후퇴를 연구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공저자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정치학)는 이날 기조 연사로 나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며,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치행위에서 상호 관용과 절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경쟁자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행태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상대방을 정당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는 게 신뢰 회복의 길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되새겨야 할 제언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 홀로 볼링>의 저자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100여년 역사를 살펴본 결과 “도덕적 협력, 연대의 문화가 선행하고 뒤이어서 정치·경제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사회경제적 위기를 풀어갈 열쇠도 도덕적 책임 등 사회적 자본에 있다”고 말했다. 언론학자들과 언론인들은 저널리즘의 신뢰 위기를 주제로 원인과 해법을 논의했다. 각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공정성을 잃지 않고, 균형과 포용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토론의 핵심이었다.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사회에 남는 것은 ‘각자도생’뿐이다. 인간 세상이 정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책임 있는 자들이, 포기하지 말고, 다시 신뢰의 바위를 굴려나가야 한다. 특히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는 지금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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