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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실효성·국제인권기준 참작해야

등록 2022-10-25 23:07수정 2022-10-26 02:38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나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살 미만에서 한살 낮추는 법안을 법무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입법예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의 실효성과 청소년 인권 보호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쪽은 소년범죄가 증가하고 잔혹해졌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법원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2년 1만3339건에서 2021년 1만2502건으로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4~2017년 7천건대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전례 없이 급증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범죄의) 숫자도 숫자지만 분명히 흉포화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촉법소년 강력범죄 비율은 5~7%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은 일부 사건에 바탕을 둔 주관적 인상평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현실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성년자 인권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와 직결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촉법소년 연령 조정은 소년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고, 국제 인권 및 유엔아동권리협약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연령 하한선을 14살로 유지토록 권고하고 있으며, 심각한 범죄라고 해서 예외를 허용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소년범 처벌 강화가 재범 증가 등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연령 기준을 오히려 상향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소년범죄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처벌 강화는 가장 낮은 수준의 대처 방식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이목을 끄는 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도 일회성 처벌 강화보다 근본적 예방 대책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직 인간적·사회적 성장 단계에 있는 소년들에 대해서는 이런 관점이 더욱 필요하다. 소년범죄 발생의 원인 분석과 예방책 마련, 교육·보호 차원의 대응 강화, 수용시설의 환경 개선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대안을 먼저 충분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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