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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유층 감세로 대혼란 일으키고 물러난 영국 총리

등록 2022-10-21 18:07수정 2022-10-22 02:30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사임을 발표한 뒤 돌아서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사임을 발표한 뒤 돌아서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신자유주의 이념을 맹신한 대규모 부유층 감세안을 추진해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킨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5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불평등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고 금융시장도 매우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부자 감세 실험’을 강행한 트러스 총리의 몰락은 한국에도 의미심장한 교훈을 준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 진영의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총리를 따라 ‘제2의 대처’가 되고자 했다. 당 안팎의 우려와 비판에도 지난달 23일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법인세 인상 철회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450억파운드(약 7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부자와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면 투자로 이어져 경제 전체가 이익을 얻는다는 낙수이론을 믿고 밀어붙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공포에 파운드화 가치와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전세계 금융시장도 대혼란을 겪었다. 트러스 총리는 뒤늦게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고 재무장관을 경질했지만, 가라앉지 않는 여론의 분노에 결국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고 물러났다.

부자 감세안을 골자로 한 트러스의 자유시장주의 정책은 극심한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고통이 커진 현실을 무시한 채 우파 이념에 매몰된 정책을 강행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총리가 우파 이념에 매몰된 채 영국인을 실험 쥐로 만들어 이데올로기 실험을 하다가 역풍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낮은 세금과 적은 규제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우파의 이상을 실추시키면서 전세계 자유시장주의 이념에도 ‘죽음의 키스’를 남겼다고 했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로 조세 수입을 줄이고 사회복지 예산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새겨야 할 경고다.

영국의 상황은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정책 당국의 어떤 실수도 순식간에 큰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교훈도 함께 남겼다. 한국의 이달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 선을 돌파해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중국 위안화 가치도 사상 최저로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거론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더라도, 정책 당국의 경계와 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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