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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증 서놓고 ‘나 몰라라’, 기업어음시장 흔든 강원도

등록 2022-10-20 18:07수정 2022-10-23 17:57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한 레고랜드. 박수혁 기자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한 레고랜드. 박수혁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어음(CP)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기업 자금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에 쓰려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상환을 사실상 거부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20일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하는 등 긴급 조처에 나섰다. 지급보증을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강원도의 행태는 더없이 무책임하다. 지방자치단체 보증의 신뢰가 무너졌으니 후유증도 클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조성한 채권시장 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천억원으로 신속히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기피 현상이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 지시사항’을 통해 “단기자금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강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 관련 이슈 이후 확산되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44%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했다. 도가 지급을 보증해, 어음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1)을 받았다. 그런데 개발공사는 자력으로 돈을 갚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8일 “개발공사가 빌린 돈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 아이원제일차는 지난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김 지사는 최문순 전 지사 시절 착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 사업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이 지급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신용평가회사나 투자자들은 국가나 다름없다고 여긴 지자체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강원도나 다른 지자체의 보증을 믿을 수 있겠는가. 강원도는 자금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일을 사과하고, 신속히 상환 계획을 마련해 밝히고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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