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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9·19 합의 무시한 북의 도발, 안전판 깨뜨리길 원하는가

등록 2022-10-14 18:37수정 2022-10-14 20:27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을 했다며 10일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을 했다며 10일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전투기 위협 비행, 탄도미사일 발사, 동해와 서해 포병 사격으로 이어진 동시다발 무력시위를 벌인 데 이어 14일 오후에도 포병 사격에 나섰다. 특히 북의 방사포탄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포 사격을 금지한 완충구역에 떨어져,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군사적 충돌 위험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2018년 남북이 약속한 9·19 군사합의가 갈림길에 선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북한 군용기 10여기는 13일 밤 10시30분께부터 14일 0시20분께까지 우리 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남까지 내려왔다. 9·19 합의에 규정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진 않았지만, 이 구역 바로 앞까지 위협 비행했다. 이어 북한은 14일 새벽 1시20분부터 5분 동안 서해상으로 130여발의 포병 사격을 했고, 새벽 2시57분부터 10분간 동해상으로 40여발의 포병 사격을 했다. 포탄이 떨어진 곳은 우리 영해가 아닌 북방한계선 북쪽 바다지만, 9·19 합의에 따른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안이다. 14일 오후 5시부터 북한이 벌인 동·서해상 포병사격도 마찬가지다. 이날 북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도 발사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먼저 9·19 합의를 파기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어기면 파기할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방사포 사격이 9·19 합의 “위반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군사합의 유지 여부가 “북한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한 것은 북한이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유지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남북 간 체결된 합의서의 전면 파기는 불가능하고, 따로 기한을 정해 효력을 정지할 수만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공개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며 북한이 이 안전판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합의마저 파기되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게 되고,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북은 핵과 재래식 전력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한국 내에서 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윤석열 정부는 한·미나 한·미·일 훈련을 비롯한 군사 대응 수위를 더 높이게 될 것이다. 북은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춰야 하고, 정부도 현실적인 긴장 완화 방안을 찾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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