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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진석 망언 사죄하고, 여야 실질적 안보대책 논의해야

등록 2022-10-11 18:27수정 2022-10-12 02:39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 대표의 ‘친일 국방’ 문제제기에 맞서기 위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다. 대한민국 집권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지 믿기지 않는다.

구한말 집권세력의 무능과 비겁함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그렇다고 이웃 나라를 강점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수탈한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실체적 책임에 면죄부를 내주는 일도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조선이 식민지가 된 이유를 오로지 민족 내부 잘못으로 돌리고 일본의 침략 책임을 외면한 정 위원장의 발언은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표출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일제 강점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전개됐던 항일의병전쟁의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하는 몰역사적 강변이다. 이러니 국민의힘 안에서도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요?”(김웅 의원) 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얼빠진 망언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동해에서 두차례 벌어진 5년 만의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판한 데 이어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일 군사훈련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명분을 제공하고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타당하다. 특히 이번엔 훈련 장소가 독도 인근 해상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한층 신중한 대처가 필요했다. 그러나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안보 문제에 대해 ‘친일’ ‘반일’ 같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쓰는 것은 실질적 대책 논의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실질적 위협과 국제질서 급변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비판만 반복하는 것 또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여야 모두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면서도 일본의 군사적 개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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