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검사들이 지난달 30일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술자리에 참석했던 또다른 현직 검사 2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니 결국 이 사건으로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은 것이다. 수사·기소·재판의 전 과정이 일반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마치 별세계에서 벌어진 일인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이미 2명의 검사를 불기소할 때부터 검찰은 기묘한 계산법으로 조롱과 냉소를 산 바 있다. 접대 비용을 쪼개고 쪼개 이들이 접대받은 총액을 96만원으로 계산한 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1심 판결에서도 이런 쪼개기 계산법이 등장했다. 재판부는 술자리에 2명이 더 참석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접대비를 다시 계산한 결과 받은 1인당 향응액수가 93만9167원에 그친다고 결론냈다. 이런 ‘산수 문제’로 무죄가 선고될 만큼 검찰의 수사·기소가 부실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대목은 검사가 업자한테서 호화 술접대를 받은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데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1조6천억원대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한테서 접대를 받았고, 접대 시점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접대받은 검사 중 한명은 나중에 이 사건 수사팀에도 합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최소한도의 기소에 그친 것부터가 상식과 어긋나는 일이다. 애초 검찰은 늑장 수사에 나섰고, 수사 대상이 된 전·현직 검사들은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부부싸움을 하다 분실했다’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제히 휴대전화를 폐기하기도 했다.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낯뜨거운 행태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제일 싫다”며 “검찰총장 직분을 할 동안 ‘감찰총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이 ‘술접대 검사 전원 무죄’ 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 등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사나 검사 출신 인사들에게는 법치가 적용되지 않느냐는 허탈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계속 외면한다면 검찰은 존재 이유마저 잃게 될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