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7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은 해프닝을 넘어 진영 간 극한 대결로 확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막말 파동을 ‘좌파 언론의 선동 프레임’으로 대응하겠다는 여권의 무리한 시도가 초래한 결과다.
윤 대통령의 사과로 일단락될 수 있던 비속어 논란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지록위마 전법’ 아래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이 ××’ 발언 여부 질문에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동맹국 폄훼”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해명에 이어 이젠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피해자’라는 주장인 셈이다.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들은 한술 더 떠 비속어가 아예 없었다는 주장을 펴더니,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논란을 “대통령 순방 자막사건”으로 규정했다. 140여개 언론사가 각자 판단해 보도한 내용인데 ‘문화방송 선동 프레임’만 밀어붙이는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의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발언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간사는 문화방송 경영진에 자신의 의원실로 찾아와 ‘허위보도’를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대통령실이 전날 문화방송 사장실에 비속어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제도들이 엄연히 있는데 최고 권력기관이 전례 없이 추궁하는 듯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까지 위협하는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엔 ‘정치적’ 맞불 성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에 대해 겸허한 평가와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의지를 내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올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외교 참사’와 비속어 논란을 언론의 선동 및 가짜뉴스로 호도하면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끝 모를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러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심화되는 경제위기와 민생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된다. 대통령 비속어 파문, 외교 실패 등 따질 건 따지되, 지금 민생 문제 대응에 ‘실기’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