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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안마다 “신문서 봤다”, 국무총리 답변 맞나

등록 2022-09-21 18:29수정 2022-09-22 09:25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보면, 한 총리는 국정 현안을 “신문을 보고” 파악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추진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더니, 대통령실 헬기 손상 사고 역시 “신문에서 봤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불발 논란과 관련해선 사실관계가 틀린 답을 잇달아 내놨다.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의 답변과는 거리가 멀다.

한 총리는 20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중순 대통령 헬기가 (대통령실 청사에) 내리다가 나무에 부딪혀 꼬리 날개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신문에서 봤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김 의원 질의로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보도된 적도 없을뿐더러, 국무총리라면 대통령 안위와 직결된 사안을 신문에서 보는 게 아니라 정식 보고를 받는 게 당연하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불발이 논란이 되는데도 사실관계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 현지 상황을 총괄할 주영 한국대사가 공석이라는 사실도 몰랐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차 미국 뉴욕에 갔던 박진 외교부 장관을 “(영국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영국 도착 시각이 당일 조문 가능 여부의 결정적 요인이었는데, 대통령의 출발·도착 시간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한 총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그리스 대통령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했지만,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이들의 웨스트민스터홀 조문 사실을 검색으로 찾아 본회의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한 총리가 국정의 모든 세부사항을 일일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빈관 신축이나 대통령실 헬기 사고와 같은 중요 사안도 보고받지 못하는데, 다른 주요 현안을 장악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 2인자’인 총리가 장관의 뉴욕행을 정확히 몰랐다니, 외교 현안인 한-일 관계 정상화 관련 논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건지도 우려스럽다.

한 총리는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책임총리’ 약속에 대해 “국가의 주요 정책 목표를 내각 중심으로 끌고 나가겠다 하는 전체적인 국정운영의 제도”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자신을 보좌할 국무조정실장·비서실장조차 제 뜻대로 임명하지 못하면서 ‘식물총리’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신문총리’라는 오명이 추가됐다. 한 총리는 자신이 ‘책임총리’로서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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