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참배 못한 윤 대통령 조문 외교 논란, ‘정치공세’ 탓할 일인가

등록 2022-09-19 19:37수정 2022-09-20 02:12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 교통 상황 등을 이유로 ‘참배 일정’을 취소했다. 여왕의 관에 대한 참배는 이번 ‘조문 외교’의 주요 일정이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상이 참배 뒤 조문록을 작성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장례식 참석 뒤 뒤늦게 조문록을 작성하기로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 부부는 18일 전용기편으로 런던 스탠스터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여왕을 참배하고 조문록을 작성한다고 예고돼 있었다. 그런데 현지 교통 사정 등을 이유로 이 일정은 취소한 채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만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위로를 전한 윤 대통령에게 찰스 3세 국왕이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루히토 일본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 등 이번 조문 외교에 나선 여러 정상들은 리셉션과 장례식에 참석하기 앞서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을 참배한 뒤 조문록을 작성했다. 그러다 보니 윤 대통령이 참배를 하지 못하고 ‘장례식 뒤 조문록 작성’을 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외교 참사’ ‘외교 홀대’ 논란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논란이 확산되자 19일 ‘교통 사정으로 18일 오후 늦게 도착한 정상들은 19일 조문록을 작성해달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계 100여개국 정상·지도자들이 런던을 방문하고 수백만명의 추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은 며칠 전부터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 맞춰 영국 왕실과의 사전 조율 등 준비를 세심하게 하도록 현지 공관이 있고 의전팀이 미리 파견된다. 참배할 시간이 촉박했다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도 있었다. 대통령의 조문 외교도 국가의 품격을 위해 국가 예산과 국민의 세금을 들여 하는 일이다. 왜 이런 해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석연치 않은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한 것이지, ‘어쨌든 조문록을 작성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로 덮을 일이 아니다. 김은혜 수석이 “국내 정치를 위해 슬픔이 활용되는 것이 유감” “마치 우리가 홀대받은 것처럼 폄하하려는 시도”라며 정당한 문제 제기를 정치공세로 치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적반하장이라 할 수밖에 없다.

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영국 의회 제공 사진. EPA 연합뉴스
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영국 의회 제공 사진. EPA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18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18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