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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벼농사 포기하라고 ‘쌀값 폭락’ 방치해두는 것인가

등록 2022-09-18 18:34수정 2022-09-19 02:40

지난 1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지역 농민,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이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지역 농민,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이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농사가 풍년인데,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쌀값이 폭락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집계한 9월5일 기준 산지 쌀값(일반계)은 20㎏당 4만1185원으로 1년 전(5만4758원)에 견줘 24.8%나 떨어졌다. 2018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물가 상승으로 생산비가 크게 뛴 상황에서 쌀값 폭락은 생산농가의 앞날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쌀값 폭락은 공급 과잉 탓이다.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이 그에 맞춰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늘어난 388만여t에 이르렀고, 올해도 작황이 좋은 편이다. 농협은 올해 쌀 생산량이 379만~385만t으로, 햅쌀 수요를 40만t가량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농협 쌀 창고에 쌓인 묵은쌀 재고도 작년의 갑절에 이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월, 5월, 8월 세차례에 걸쳐 37만t을 사들여 ‘시장 격리’를 했다. 9천억원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고가 너무 많았던데다 시장 격리에 나선 시기가 늦었고,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사들여 시장 가격을 올리는 데 보탬이 못 됐다. 정부가 ‘가격 유지에 나서면 과잉 구조가 더 악화된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 감소 추세에 맞춰 쌀 재배면적을 줄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쌀값을 급락시켜 이를 유도하려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주곡인 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농가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양곡의 효율적 수급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양곡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법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 신속히 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동의 없이 통과시켰다. 속 타는 농민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한 것인데, 쌀 생산량을 줄이지 못할 경우 비용 팽창 우려도 있는 대책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단독처리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더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정부·여당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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