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기간 동안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다음주 유엔총회 기간 동안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각각 열린다. 마드리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일본과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이 15일 발표했다.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에선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의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한-미 동맹 강화만 외치다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외교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가고 있다. 엄중한 상황 인식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18~24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서는 윤 대통령은 20일부터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동안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며 “강제동원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강제동원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이 사과와 배상 등에 진전된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4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협의를 하자는 원론적 입장은 밝혔지만, 정작 자국 내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정부가 단호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사안은 공급망 재편 이슈를 넘어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를 자화자찬해온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한 시험대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가 더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하는 등 위태로운 길로 달려가고 있다. 한-미는 실효성 있는 억제력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대화 재개로 나아갈 장기적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취임 이후 외교와 국제 경제에서 한국의 처지는 계속 악화하는데 윤 대통령은 복잡한 난제들에 대해 구체적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야말로 명확한 전략과 구체적 해법을 다듬어 외교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