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안법 7조 첫 공개변론, 헌재의 전향적 결정을 기대한다

등록 2022-09-15 18:35수정 2022-09-16 02:39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반인권적 악법으로 지목돼온 국가보안법 7조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의 공개변론이 1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 조항이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벌써 여덟번째인데, 공개변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지금까지는 모두 합헌 결정을 해왔다. 헌재가 이번에는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 반영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위헌 심판대에 오른 조항은 국가보안법 7조 1항(반국가단체 활동 찬양·고무), 3항(이적단체 구성·가입), 5항(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이다. 이 조항을 어기면 1년 이상 또는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받는다. 법 규정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에 따른 폐해가 극심했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세력과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이적단체 조작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 조항들이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이유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한 160명 중 7조 위반 사례가 94명(58.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줄곧 국가보안법 7조의 폐지를 촉구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8일 이 조항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한 우려는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6년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비합리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시돼 모호할 뿐 아니라 공중의 대화를 제약하는 효과가 있으며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이해관계인으로 나온 법무부는 마약을 갖고만 있어도 처벌하는 마약류 관련법을 예로 들며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내놓은 말인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지금 한국은 누군가 북한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위태로워질 정도로 허약한 사회가 아니다. 헌재가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판단을 내놓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이나 전쟁을 없애야 한다, 북한군이 배우기 전에 [세상읽기] 1.

우크라이나 전쟁을 없애야 한다, 북한군이 배우기 전에 [세상읽기]

이준석은 왜 뒤늦게 ‘대통령 공천개입’ 밝힐까? [11월15일 뉴스뷰리핑] 2.

이준석은 왜 뒤늦게 ‘대통령 공천개입’ 밝힐까? [11월15일 뉴스뷰리핑]

[사설]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판결, ‘정치의 사법화’ 성찰 계기로 3.

[사설]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판결, ‘정치의 사법화’ 성찰 계기로

[사설] 이준석 폭로로 더 커진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4.

[사설] 이준석 폭로로 더 커진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문학이 하는 일, 슬픔에 귀를 여는 것 [김명인 칼럼] 5.

문학이 하는 일, 슬픔에 귀를 여는 것 [김명인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