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이정재가 12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새 역사를 썼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아시아 배우가 에미상 주연상을 받은 것도, 비영어권 드라마가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황 감독은 “비영어 시리즈의 에미상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의 이번 수상은 한국이 발신한 문화 콘텐츠가 영화와 대중음악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언어의 벽을 넘어 세계 곳곳의 관객들에게 다가가면서, ‘문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한국 대중문화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직시함으로써,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고민과 공명하는 힘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크다. 거액의 빚에 쫓기다가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역을 연기한 이정재가 이날 수상소감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겨냈다”고 표현한 것은 핵심을 짚은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오징어 게임>의 수상에 대해 “한국을 넘어 경제적 불평등과 도덕적 파산에 대한 현실세계의 우려들을 소재로 삼아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했고, <블룸버그>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성찰로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열풍의 주역인 동시에 고민해야 할 과제도 우리에게 남겼다.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를 하나로 묶은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콘텐츠가 단숨에 세계 관객과 만나게 해준 중요한 플랫폼이다. 넷플릭스는 황동혁 감독이 10년간 구상했던 이 드라마에 253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9월17일 190여개국에서 동시 개봉했다. 이 정도 규모의 제작비 지원과 전세계 동시 공개는 한국 콘텐츠가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이나 판권은 넷플릭스에 있고 러닝개런티도 없다. 할리우드 제작 드라마에 비해 편당 제작비 규모도 턱없이 작아 넷플릭스만 막대한 수익을 한국 제작사와 한국 시장에서 챙겨 간다는 ‘불균형’한 현실에 대한 지적이 잇달았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 동시에 오티티를 둘러싼 입법과 정책 논의의 필요성 또한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