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3일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길 때는 적자 한도를 2%로 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직되게 재정을 운용하면 결국 사회복지 예산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 대응,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운용을 매우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재정준칙 도입 방침을 두고 “방만한 재정운용 여지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최근 3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연간 100조원 안팎에 이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를 초과한 것은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 탓이 컸다. 이를 무시하고, 그저 정쟁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재정 문제를 다뤄선 곤란하다.
재정준칙 도입은 논의할 때가 되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 간의 곱셈식을 준칙으로 시행령에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안의 경우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재정적자를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 지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수입 확대는 고려에 없다. 그 결과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8월 말 정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6%로 하여 짠 내년 예산안을 보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보건 부문을 뺀 사회복지 예산이 올해보다 5.6% 증가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7.5%), 박근혜 정부(7.7%), 문재인 정부(10.4%) 기간의 연평균 증가율을 크게 밑돈다. 그나마도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 11% 늘어난 것이고, 정책 의지를 담아 편성하는 예산은 5.4% 줄어들었다. 정부가 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단행해 늘어날 조세 수입을 줄임으로써, 사회복지 예산이 받은 타격은 훨씬 커졌다. 이런 방향으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줄여선 나라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
재정적자 비율,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것만으로 나라 살림을 잘 운영한다고 하는 것은 낡고 좁은 사고다. 필요할 때는 나랏돈으로 먼저 ‘늪을 메우고 디딤돌을 놓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