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주택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시점을 놓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세제 완화에 이어 대출규제 완화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2년9개월 전 집값 폭등을 막고자 도입했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 조처를 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 하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집값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집값 떠받치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 관계자들이 15억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 여부와 관련해 하루이틀 새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4일엔 일부 관계자가 “정책적 고려에 따라 15억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를 풀어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5일엔 고위 관계자가 “보고받거나 직접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실무 차원에서 검토를 하다가 정치권이나 여론의 반응을 의식해 일단 발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제도의 ‘질서 있는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민감한 대출규제 관련 정책이 설익은 채로 흘러나오고 다시 뒤집기를 하는 모양새다.
15억 초과 대출규제는 2019년 ‘12·16 부동산대책’에서 처음 도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지역·집값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공약대로 시행되면 15억 대출규제도 함께 풀리게 되는데, 정부는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만 엘티브이를 80%로 완화하고 15억 초과 대출규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자칫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 스스로도 했던 셈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별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대출 완화 방안을 검토한다니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조처가 과도한 수요 억제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초저금리를 이용한 투기가 만연하면서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비상 조처였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제 초기 단계일 뿐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9년 7월부터 35개월간 무려 40% 폭등했으며 최근 3개월간 0.4% 하락했다. 집값이 매우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인 만큼 집값이 자연스럽게 충분히 하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다시 대출규제를 풀어 인위적으로 집값 떠받치기에 나선다면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산·서민층의 내 집 마련은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