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그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외국 자본 유출과 함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8월26일 잭슨홀 연설을 계기로 미국의 통화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셀 것이란 전망이 퍼진 까닭이다. 환율이 올해 안에 14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일부에서 나온다. 물가와 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견줘 5.6% 올랐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7월의 6.3%에서 상승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오름세가 꺾인 것 같지는 않다.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견줘서는 0.1% 떨어졌는데, 이는 석유류 가격이 10% 떨어지며 전월 대비 상승률을 0.57%포인트나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 외의 품목들은 적잖이 올랐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8월 하순을 바닥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를 올려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2일 전날보다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치며 2009년 4월1일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미-중 갈등 악화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한-미 금리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달러값을 올리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2.5%로 같다. 미국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9월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남은 금통위를 10월14일, 11월24일에 연다. 8월25일 금통위가 끝난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0%로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장 전망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한번 또는 두번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얘긴데, 이렇게 되면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진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다음날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는 물가와 환율뿐 아니라 경기와 금융시장에도 두루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한은의 고민이 매우 클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때일수록 향후 행보를 예측 가능하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혼란이나 충격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