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린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일 확정됐다. 국회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6개에서 2개로 줄였음에도 시행령으로 수사권을 되살려 놓아 ‘시행령 쿠데타’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반대 의견은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법무부는 오히려 추후 수사권을 더 확대하겠다는 의중까지 내비쳤다. 한동훈 법무부의 독선이 우려스럽다.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지난달 12~29일)에 수렴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경찰청 등이 ‘삼권분립 원칙 훼손’ ‘위임 입법 한계 일탈’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최종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동훈 장관의 국회 답변 태도 등에 비춰보건대, 반대 의견은 애초부터 ‘종합적 검토’의 대상이 아니었을 개연성이 크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 입법을 무력화해 놓고도 법무부는 검찰 수사권 추가 확대에 대한 ‘야심’마저 숨기지 않았다. 검사 수사개시 대상 범위를 시행령 개정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대검찰청 등)에 대해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반영하지 못했으나, 향후 개정안 시행 경과 등을 분석해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중요 범죄’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검토 여부 등 일언반구도 없는 것과 사뭇 대조된다.
법무부는 최종 개정안에서 검사의 수사 재량권을 더 넓혀주기도 했다. 검찰청법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시행령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완수사 착수 여부에 대한 검사의 재량권이 커진다. 자의적인 ‘별건 수사’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법무부는 줄곧 검찰 수사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규정을 정비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줄어든 일선 검찰청의 수사 부서를 되살리고 형사부 검사들도 인지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검찰청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도 복원했다. 지난달 11일 마련된 ‘검수원복 시행령’은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꼼수였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수사부터 기소까지 모든 권한을 쥐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검사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은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