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받은 텔레그램 내용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일 소환을 통보했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격앙했고, 국민의힘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소시효가 임박했기 때문이라지만 정기국회 첫날, 취임 나흘 된 제1야당 대표에게 전격 소환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국 급랭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대표의 소환은 대선 기간 국민의힘 등 쪽이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백현동·대장동 의혹’이 모두 관련돼 있다. 야당이 검찰발 옥죄기 수사의 신호탄으로 의심하는 이유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터 용도변경과 관련해 했던 발언이나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직이라 성남시장 재직 당시에는 몰랐다”고 한 인터뷰 등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설명대로 대선이 3월9일에 치러졌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끝나는 9일 이전에 사건을 종결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맞다. 형사법 체계상 사건 종결 전에 피고발인 조사는 반드시 끝내게 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야당 대표의 소환이란 사안을 담당 검사만의 순수한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검찰은 지난 31일과 1일에 걸쳐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위례 신도시’ 재개발사업 관련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여 민주당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그래놓고 기다렸다는 듯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니 민주당이 “전쟁”이라며 당 차원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검찰은 대장동·백현동 이외에도 아직 명백히 이 대표와 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다른 의혹들도 대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이 대표 관련 사건은 경미한 사안이더라도 건건이 소환해 검찰 수사로 제1야당을 초토화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여야 협치는 물론 국회에 산적한 입법 과제들이 제때 처리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집권세력과 관련한 사안들은 줄줄이 불송치 처분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이다. 제기된 사건 수사는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하고 엄정해야 하지만 사안과 경중,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정치보복성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대표 역시 정치적 보복 논란과 별개로 제기된 의혹에 성실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