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과 부산·울산·경남·제주 지역 등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회(회장 이우종 청운대학교 총장)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방침이 포함된 것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 지역 대학 총장들이 지난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정원 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방안이 수도권대 쏠림 현상을 부추겨 지방대의 존립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부족한 첨단 산업 인재를 키우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가치다.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대 총장들의 절박한 요구에도 귀 기울이기 바란다.
대전·세종·충남·부산·울산·경남·제주 지역의 총장 연합체인 ‘7개 권역 지역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방대도 살리고 반도체 인력도 양성하기 위한 고민 없이 대학 정원 증원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인력을 양성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불균형이 이미 큰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면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총장연합은 비수도권 127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데, 수도권 대학과 분교 관계인 대학 등을 뺀 108개 지방대 총장들이 성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지방대 총장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 첨단 학과 신·증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뼈대다. 수도권·비수도권 관계없이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수도권 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들에겐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방대의 위기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해 지역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그동안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왔다. 대학 평가에 학생 충원율 등 비수도권 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표들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누군가에겐 실재하는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수도권 쏠림-지방 소멸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 약속이 빈말이 아니라면 ‘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균형’을 훼손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