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1.12.02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민생 앞에 여야, 정쟁이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전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삶이 반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 요청 뜻을 밝힌 데 이어 공식 제안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야당을 포함해 국회와 함께 일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늘 그런 말씀을 드렸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위태로운 민생을 보듬고자 한다면, 윤 대통령이 더 전향적으로 영수회담 제안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래 여러차례 ‘협치’를 입에 올렸지만, 국회 의장단과 한차례 만찬을 한 걸 빼면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등 협치를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적은 한번도 없다. 모처럼 제1야당 대표가 회동을 공식 제안한 만큼 여야 ‘협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신3고 위기 대응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대처, 수해 복구 등 민생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두달째 20~30%대에 고착돼 국정 동력 고갈이 우려된다. 또 정권의 한 축인 여당은 당권 다툼으로 지새우는 판국이다.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서부터 삶이 무너지는 국민이 속출하고 있다. 정기국회를 앞둔 지금이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생 문제를 풀어갈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예산안 처리와 각종 민생 입법 과제에 대해 큰 틀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영수회담의 형식과 의제 등 풀어야 할 선결 과제들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는 3자 회동을, 이 대표는 단독 회동을 선호할 수 있다. 역대 정권에서 형식 문제로 영수회담이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절박한 민생을 먼저 생각한다면 사소한 차이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생 대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이진복 정무수석을 보내 이 대표에게 축하 난을 전달할 예정이다. 덕담을 전하는 차원을 넘어 영수회담 논의를 진전시키는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