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의 첫 수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국장이 1980년대 노동운동에 몸담았을 때 경찰의 ‘프락치’(끄나풀) 활동을 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경찰국 신설은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경찰의 과오를 씻기 위해 독립성·중립성을 강화한 조직 체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수장마저 민주화운동 탄압이라는 경찰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기용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김 국장은 경찰이 색깔론을 내세워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퇴행적 인식까지 드러냈다. 그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답변에서 자신이 활동했던 노동운동단체를 “이적단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2020년 나온 상태다. 이를 지적받자 김 국장은 “오해가 있었다. 깊이 사죄한다”면서도 “그 당시 이적단체였다는 의미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주관적 판단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은폐 보고서를 작성했던 홍승상 전 경감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대학생을 고문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했던 경찰사상 최악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이렇게 미화하다니, 21세기 민주국가의 경찰 간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김 국장은 홍 전 경감을 만나 특채에 대한 안내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 국장과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이들로부터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내용도 경찰이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는가 하면, “대공 수사를 담당하던 이들한테서 ‘김순호를 전향시켜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퇴직 경찰관의 전언도 나왔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프락치 활동 의혹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행안위 업무보고에서는 ‘국민이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느냐’는 질타까지 나왔다.
“30년 전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그 직에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교체 가능성에 선을 긋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교체를)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소나기 피해가기’ 정도로 여기고 한 말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