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다시 출근한다. 길지 않은 휴가 동안 국정수행 지지도는 하락을 거듭했고, 중도층은 물론 상당수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위기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여전히 인적 쇄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고도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인적 쇄신 지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론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 참모들에게 다시 한번 분발을 촉구하되 ‘일하라’는 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인식이 한가롭기 짝이 없다. 당정과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물갈이 요구는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고 엄중하다는 뜻이다.
지금의 위기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것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례만 살펴봐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은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은 ‘만 5살 취학’안을 들고 오자 덜컥 채택하고는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급기야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재공론화’를 지시했다.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함께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며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다. 그사이 대통령실과 여당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인사와 정책, 추진방식 모두 잘못됐다. 최근 경찰국 신설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사 분별도 무너졌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을 가진 이들의 채용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선 때부터 일을 같이한 능력자”라는 판박이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당대표 축출을 밀어붙이는 ‘윤핵관’에게 ‘내부 총질’ 격려 문자를 보내 내홍을 부추긴 것도 대통령이다. 국정수행 지지도 24%(한국갤럽)에는 이 모든 잘못이 반영돼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과오가 있는 대통령도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인적 구성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할 기회를 주는 ‘옐로카드’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